마지막 불씨를 지고 사막을 건넌 아이의 용기
세상 모든 불이 꺼져버린 암흑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속 희망마저 재가 되어버리자, 지독한 한파가 몰려와 온 땅을 얼어붙은 사막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모두가 체념했을 때, 마을의 가장 늙은 현자는 마지막 남은 온기, 아주 작은 불씨 하나를 꺼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불씨를 가장 작고 연약한 한 아이의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어른들은 이미 희망을 품을 힘을 잃었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순수함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것입니다.
"이 불씨를 품고 저 바람의 사막을 건너거라.
사막의 끝에 있는 '꺼진 분화구'에 이 불씨를 옮겨 붙이면, 세상의 모든 온기가 되살아날 것이다."
아이는 겁이 났습니다.
살을 에는 제주의 겨울바람이 아이의 얇은 옷을 파고들었고, 거대한 어둠은 금방이라도 자신과 작은 불씨를 삼켜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두 손으로 불씨를 소중히 감싸 안았습니다.
불씨의 미약한 온기가 아이에게 딱 한 걸음 더 내디딜 힘을 주었습니다.
사막을 건너는 길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차가운 어둠의 정령들이 나타나 아이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어리석은 아이야. 그 작은 불씨는 곧 꺼질 거란다. 그냥 다 포기하고 이 차가운 모래 속에서 편히 잠들렴."
아이는 두려움에 온몸이 떨렸지만, 불씨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아주 작은 노래였습니다.
어느 날, 아이는 너무나 춥고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유혹이 피어올랐습니다. '이 불씨로 작은 모닥불을 피우면, 적어도 오늘 밤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자신의 하룻밤 안락을 위해 세상의 마지막 희망을 재로 만들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는 대신 자신의 외투를 벗어 불씨를 더 꼼꼼히 감쌌습니다.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 희망을 지켜낸 것입니다.
수많은 밤과 낮이 흐른 뒤, 아이는 마침내 사막의 끝, 거대한 '꺼진 분화구'에 도착했습니다.
아이의 손에 남은 불씨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가냘프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분화구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 마른 이끼와 나뭇가지 위에 조심스럽게 불씨를 내려놓았습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불어온 따스한 바람이 불씨를 어루만졌습니다.
'훅-'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이내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하늘로 치솟았습니다.
분화구에서 터져 나온 빛과 온기는 얼어붙은 사막을 녹이고, 어둠을 몰아내며, 희망을 잃었던 사람들의 마을까지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아이를 영웅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저 타오르는 불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지을 뿐이었습니다.
진정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영웅적인 힘이 아니라, 연약한 존재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마음임을, 아이는 불꽃처럼 환한 지혜로 깨닫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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